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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14:02

집나간 놈을 다시 잡다

고양이 2006. 5. 25. 10:38 Posted by crowcop
어제 저녁 퇴근무렵 마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돼지놈이 집나갔다고.
발코니의 방충망이 없는 문을 열어놨었는데 거기로 뛰어나갔다고
하더군요. 미X놈 같으니. 우리집은 3층이란 말이다!
지아무리 고양이라지만 비만도가 나하고 비슷한 놈이.

1시간 정도 찾다가 포기, 날 밝으면 찾으라고 하고는 선약이 되어 있었던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차피 집나간 고양이, 어둠컴컴한 곳에서 찾기는 힘듭니다.)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길에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는데 반대쪽 입구 유리문
오른쪽 구석탱에서 불빛이 반짝 하는거 같더군요.
그래서 설마..하는 생각에 가까이 가서 봤는데도 긴가민가 했습니다.
이놈 털 색깔이 짙은 갈색이라서 눈에 잘 안띄더라구요.

이놈...애들 자전거 놓여있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더군요.
잡을려고 하니까 지가 무슨 물고기인 마냥 펄쩍 펄쩍 뛰면서 도망갈려고
합니다.
복도식 아파트였고 다행스럽게(정말 다행스럽게) 아파트 끝 계단으로 연결
되는 출입문이 닫혀 있어서 약 5분 정도의 추격전끝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놈 잡느라고 마님 머리에 스크러치 두군데, 팔뚝에 한군데, 등짝에도
한군데.
역시 고양이인지라 3층에서 떨어졌음에도 별다른 상처는 없어 보였습니다.

고양이를 기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이겁니다.
자기하고 함께 생활하는 인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
멍멍이들은 집을 뛰쳐 나가는 일도 적을 뿐더러 멀리서도 자기하고 같이
생활하는 인간이 보이면 혓바닥 날리며 뛰어오는데,
이노무 고양이들은 야성이 남아있어서인지 그런게 없더군요.

아무튼, 돼지놈의 초여름밤의 가출사건은 마님의 신체에 스크러치 몇군데
내는걸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집에 데리고 왔더니 긴장이 풀렸나 봅니다. 금새 눈이 감기더군요. 으이그~